단일신론

사벨리우스 신학의 재해석

Oneness & Conditionalism 2025. 5. 1. 17:19

사벨리우스(Sabellius)는 전통 교회사에서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한 대표적 이단자로 간주되어 왔다.

그는 성부, 성자, 성령을 동일 본질 안에서 나타나는 "양태(mode)"로 이해하여, 삼위의 실질적 구별을 부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현대 신학 연구는 이러한 전통적 평가가 지나치게 일방적이며, 사벨리우스 신학의 본래적 의도와 신학적 고민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사벨리우스 신학은 현대적 관점에서 재조명함되어야 하며, 초기 기독교 신학의 다양성과 하나님 유일성 사상의 순수성을 재평가해야 한다.

2. 사벨리우스 신학의 전통적 이해와 한계

초기 교부들의 기록(특히 터툴리안, 히폴리투스)에 따르면, 사벨리우스는 성부, 성자, 성령 간의 실질적 구별을 부정하고 하나님의 다양한 양태를 시간 순서에 따라 드러나는 것으로 보았다.

이로 인해 그는 '성부 수난설(Patripassianism)'의 대표자로 낙인찍혔다.

그러나 사벨리우스의 원본 저작은 현존하지 않으며, 반대자들의 기록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비판에는 본질적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성부 수난"이라는 주장도 그의 사상에 대한 왜곡 가능성이 있다.

3. 현대적 재해석: 사벨리우스 신학의 진의(眞意)

3.1 하나님 유일성에 대한 열정

사벨리우스는 무엇보다 신명기 6:4 ("들으라 이스라엘아, 여호와 우리 하나님은 오직 하나인 여호와이시니라")에 근거하여, 하나님은 절대적으로 한 분이심을 지키려 했다.

이는 유대교적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려는 신앙적 순수성의 표현이었다.

3.2 모드(mode)의 개념에 대한 재평가

사벨리우스가 사용한 "모드(mode)" 개념은

단순히 하나님 존재 위에 덧씌운 가면이나 외형적 양식이 아니라,

구속사적 경륜 속에서 하나님께서 자신을 계시하시는 실제적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현대 삼위일체론의 "경제적 삼위일체(economic Trinity)" 개념과 일정 부분 상응한다.

3.3 성부 수난설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

사벨리우스가 성부가 직접 십자가에 죽었다고 주장했다는 비판은,

당시 신학적 논쟁에서 의도적으로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사벨리우스는 한 분 하나님이 구원 사역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신다고 이해했을 뿐,

성부 자신이 고난을 받는다고 명시적으로 가르쳤다는 증거는 없다.

4. 역사신학적 위치: 초기 교회의 신학적 다양성 속에서

사벨리우스는 4세기 니케아 신경(AD 325) 이전,

아직 삼위일체 교리가 정형화되지 않은 신학적 다양성의 시대에 활동했다.

당시 교회 안에는 다양한 삼위 이해가 공존했으며,

그의 신학은 일신론적 순수성과 구원 역사 안에서의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조화시키려는 시도였다.

특히 사벨리우스의 강조점은 이후 교부들의 삼위일체론에도 일정한 영향을 남겼으며,

오늘날 일부 현대 신학자들(Karl Barth, Jürgen Moltmann 등)의 경제적 삼위일체 이해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5. 결론

사벨리우스는 단순한 이단자가 아니라,

초기 기독교 신학의 미완의 긴장 속에서

하나님의 유일성과 구원의 경륜을 충실히 설명하려 한 진지한 신학자였다.

비록 그의 신학적 표현이 삼위의 관계를 온전히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의 고민은 초기 교회 신학의 진지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어야 한다.

따라서 사벨리우스 신학은 단순히 오류로 단정짓기보다는,

초대교회의 신학적 모색과 유일신 신앙 수호라는 측면에서 재해석되고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