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하나님 없는 시대에 하나님 앞에서 사는 삶

Oneness & Conditionalism 2025. 5. 24. 18:43

오늘날 우리는 '하나님 없는 시대'라 불릴 만한 영적 상황 속에 살아가고 있다. 기술의 발달, 인간 이성의 자율성, 다원주의적 가치관이 전통적인 신 중심 세계관을 대체하며, 하나님은 점점 더 인간 경험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일상의 문제를 하나님의 섭리나 뜻으로 해석하지 않으며, 종말적 심판이나 구속의 소망 대신 현세적 번영과 자아 실현을 추구한다.

이러한 상황을 디트리히 본회퍼는 이미 20세기 중반에 ‘하나님 없는 세계에서 하나님 앞에 살아가는 것’이라는 역설로 진술한 바 있다. 그는 나치 독일이라는 극한의 현실 속에서 전통적인 신 개념이 무력화된 시대에 과연 신앙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 물었다. 그의 물음은 단순히 무신론에 대한 방어가 아니라, 하나님을 도구화하지 않고도 여전히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신앙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이 주제는 단지 본회퍼만의 시대적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신자 또한, 전통 신앙의 언어가 낯설어진 시대 속에서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이 물음은 곧, 신앙이란 무엇인가, 하나님과의 관계는 현실에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는가를 다시 묻는 것이며, 이는 실천적 윤리, 공동체의 삶,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응답을 새롭게 정립하게 하는 신학적 요청이다.

하나님은 역사의 주체로서 구속과 심판, 위로와 임재를 한 분 안에서 이루신다. 따라서 하나님 없는 시대에도 그분은 여전히 세계와 인간을 붙드시며 역사하시는 한 분 하나님이 존재한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를 떠받들며 하나님을 외면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자신의 형상인 인간을 부르시고 계심을 의미한다.

결국, ‘하나님 없는 시대에 하나님 앞에서 사는 삶’은 단순히 종교적 고집이 아니라, 하나님의 단일성과 생명의 주권을 인정하고, 그의 뜻에 자신의 존재 전체를 복종시키는 삶이다. 이러한 삶은 구체적으로 정의, 사랑, 인내, 생명 존중, 회개, 회복의 행위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한 분 하나님은 여전히 살아 계시며, 그의 생명은 조건적으로 우리에게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조건은 단순히 ‘믿음’의 고백을 넘어,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의 전체적 방식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