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팔소리인가?
고린도전서 15장 52절과 데살로니가 전서 4장 16절에 보면 바울이 나팔소리가 나매 죽은자들이 홀연히 변화된다고 했는데, 바울은 어떻게 나팔소리와 부활을 연관시킬수 있었는가?
바울이 부활과 나팔 소리를 연관시키는 데에는 구약성경과 유대 전통, 그리고 묵시 문학적 배경이 함께 작용하고 있다. 다음은 이 연결에 대한 신학적·역사적 설명이다.
1. 구약에서의 나팔과 하나님의 임재
구약에서 나팔 소리는 하나님의 임재와 심판, 거룩한 사건의 개시를 상징하는 도구였다.
- 출애굽기 19:16–19 — 시내산에서 하나님께서 강림하실 때 나팔 소리가 크게 울려 백성들이 두려워 떨었다. 이는 하나님의 임재를 알리는 신호였다.
- 레위기 23:24 — 나팔절은 회개의 날로 여겨졌고, 하나님의 행동을 기다리는 예배의 시간이기도 했다.
- 스가랴 9:14 — “여호와께서 그들 위에 나타나시고 그 화살을 번개같이 쏘시며 주 여호와께서 나팔을 불며...” → 여기서 나팔은 하나님의 전쟁과 심판을 상징한다.
바울은 이러한 전통을 염두에 두고 하나님의 결정적인 개입, 즉 종말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로 나팔을 언급한 것이다.
2. 묵시 문학적 배경
바울이 살아가던 시대의 유대 묵시 문학(예: 에녹서, 시편 솔로몬서, 바룩서 등)에서도 나팔 소리는 종말의 부활과 심판의 시간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 예를 들어, 에녹서나 제2바룩서 같은 묵시 문헌에서는 종말의 심판과 부활이 하늘의 소리나 나팔로 시작되는 묘사가 종종 등장한다.
- 이런 배경에서 바울은 최후의 나팔(ἔσχατος σάλπιγξ)을 통해, 하나님의 결정적인 부르심과 함께 죽은 자의 부활과 살아 있는 자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제2바룩서 (2 Baruch)
1세기 말 또는 2세기 초에 기록된 이 묵시 문서에서는 부활과 종말의 징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며, 소리와 나팔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 2바룩 49–52장에서는 죽은 자들의 부활이 언급되며, "그 날에 땅이 입을 열고 죽은 자들을 내어줄 것이다"라는 표현이 있다.
- 2바룩 72:2–6에서는 심판의 날에 "큰 소리", "천사들의 외침", 그리고 하늘에서 울리는 소리로 하나님께서 종말의 심판을 시작하신다고 묘사된다.
이는 바울이 말한 “주께서 호령과 천사장의 소리와 하나님의 나팔로 하늘로부터 강림하시리니”(살전 4:16)와 명백히 평행된다. 바울이 고전 15장에서 나팔 소리와 부활을 연결한 것은 단지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당시 유대 묵시 전통과 깊이 연결된 신학적 선언이다. 이러한 나팔은 단순한 악기 소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종말론적 통치 개입과 죽음에서의 궁극적 해방을 선포하는 상징이 된다.
3. 예수님의 가르침과의 연관성
예수님도 종말론적 맥락에서 나팔 소리와 인자의 재림을 연관지어 말씀하셨다:
“그 때에 큰 나팔 소리와 함께 천사들을 보내리니...” (마태복음 24:31)
바울은 이 말씀을 알고 있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부활의 사건을 나팔 소리와 함께 묘사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론> 하나님의 나팔은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구약적 전통(출애굽기, 레위기, 이사야 등), 유대 묵시 문학(2바룩서, 에녹서 등), 예수님의 가르침(마 24:31)과 연결되는 종말의 부활과 재림을 알리는 하늘의 신호로서 기능한다.